본문 바로가기
햇볕같은이야기

[햇볕같은이야기3617] 문풍지 우는 소리

by 최용우1 2009. 10. 13.

 

-

□ 문풍지 우는 소리

부우우우우우우우. 부우우우우우우웅
바드드드드드드드 바드르르르르르르
추운 겨울 문풍지 우는 소리 아세요?
옛날 빗살문이나 띠살문에 너풀너풀 붙어있던 창호지 문풍지가 부드드드덕! 부덕부덕 부우우우웅 방귀소리를 내었지요.
서른 여섯 꽃다운 나이에 과부가 된 우리 어머니 추운 겨울 긴긴밤 문풍지 소리에 맞추어 눈물로 신세한탄. 그 소리를 이불 속에서 숨죽이고 들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결혼을 해서 속초 설악산으로 신혼여행을 갔는데요. 첫날밤 묵었던 모텔인지 호텔인지 밤새도록 부는 바람에 창문이 덜커덩거리는데 신기하게도 그 소리가 영낙없는 문풍지 소리였습니다.
그 문풍지 소리를 듣는데 갑자기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고 울컥 울음이 올라와 그냥 휴게실 구석에 앉아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이제 막 결혼한 새색시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지금 저게 좋아서 우는거여? 첫날밤이 겁나서 우는거여? 아니면 첫사랑을 못 잊어서 우는거여, 머시여 지금..."
요즘 시중에서 파는 스폰지로 만든 문풍지는 벙어리입니다. 창틈이나 현관문 사이에 꼭 끼어서 끽소리도 못 내더군요.
사람의 기분 따라 슬프거나, 신나거나, 자발거리거나, 청승맞았던 그 옛날 문풍지 우는 소리... 그 추억의 소리를 아시나요? ⓒ최용우  
more..

[햇볕같은이야기3617] 2009.10.13  지난호신청1995.8.12 창간발행 최용우

 자작글입니다. 저는 저작권 안 따지니 맘대로 가져다가 활용하소서.

반응형

'햇볕같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사람이 성공하는가?   (0) 2009.10.15
고양이와 성경   (0) 2009.10.14
사랑합니다 여러분   (0) 2009.10.12
참 맑고 밝은 사람   (0) 2009.10.10
들쑥날숙   (0) 2009.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