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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같은이야기

□ 깊은 밤에 홀로

by 최용우1 2016. 1. 4.

(사진:최용우)

 

 

□깊은 밤에 홀로

 

잠을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안방 이불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책방으로 와 나의 도리도리 나무의자에 앉았습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낮게 호흡을 합니다.
뭐냐? 사람이 산다는 것은?
어느 날 아무 예고 없이 모든 것을 그대로 놓아둔 채 나의 영혼만 이 현실 가운데에서 살짝 빠져나간다면 이 세상에 남겨진 나의 흔적들은 어떻게 될까? 육체는 장례식이라는 과정을 거쳐 사라질 것이고, 내가 사용하던 것들은 누군가가 다시 사용할 물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쓰레기가 되거나 없어지겠죠?
암을 앓고 있으면서 평소에 깊은 사색의 글을 많이 쓰는 어떤 시인을 알고 있는데, 그분은 블러그에 하루도 빠짐없이 시를 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블러그에서 시를 읽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한 5년 정도 그분을 잊고 지내다 최근에 문득 생각이 나서 접속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블러그의 시간이 5년 전 모습으로 멈추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떤 댓글에 그분이 떠났다는 소식이 짤막하게 있었습니다.
블러그는 본인이 아니면 폐쇄를 시킬 수 없다는 것도 알았고, 특히 가족이 사자(死者)의 블러그를 지우는데도 보통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아니어서 대부분은 그냥 내비 둔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올해는 공짜라고 마구 만들어 놓은 인터넷 공간의 나의 흔적들을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깨끗이 지워야겠습니다. 꼭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남겨두고 더불어 나의 삶도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단촐 하게 바꿀 생각입니다. 나의 남은 생애는 나의 흔적을 더 남기는 삶이 아니라 나는 지워지고 오직 주님만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삶을 살겠습니다.
오잉? 뭐냐? 갑자기 죽었다가 살아난 것 같은 이 느낌은?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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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같은이야기5397] 2016.1.4.  지난호신청1995.8.12 창간발행 최용우

 자작글입니다. 저는 저작권 안 따지니 맘대로 가져다가 활용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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