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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같은이야기

□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by 최용우1 2012. 8. 22.

냇가 (사진:최용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만약 당신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되돌아가고 싶어요?" 하고 아내가 묻습니다. 글쎄... 내 인생의 황금기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내 인생에 있어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꼭 말해야 한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3년 동안 떠돌아다녔던 그때로 돌아가보고 싶습니다.(1980년대 초반)
왜? 냐고 물으신다면 그때 돈을 좀 벌었거덩요^^ - 히힛!
바다에 떠 있는 사람에게 돈이 무슨 필요가 있었겠습니까. 월급은 꼬박꼬박 온라인으로 통장에 입금되어 저절로 돈이 모인 것이지 모은 것은 아닙니다. 돈은 저절로 모여야지 억지로 모으려고 하면 안 모아집니다.
두바이항에서 40일을 정박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두바이항이 개발되지 않은 때라 황량한 사막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송장메뚜기만 뛰어다니던 그런 곳이어서 볼 것도 없다며 상륙하지도 않았습니다.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어느 날 밤 브리지에서 당직을 서며 다리가 긴 의자 위에 노틀담의 꼽추처럼 웅크리고 앉아서 하늘과 바다에 떠 있는 두 개의 둥근 보름달을 보았습니다.
남의 남자를 따라가 버린 애인 헬레네를 다시 찾아오기 위해 트로이로 향하는 배를 띄운 메넬라오스왕은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날씨에 꼼짝 않고 멈추어 서 있는 배를 보며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요? 그리하여 마침내 자기 딸의 아이를 신에게 재물로 바치고 바람을 얻습니다.
깜깜한 브릿지에서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메넬라오스왕을 떠올리며 "나는 무엇을 바치고 바람을 살까? 바람아 불어라. 기다리는 애인은 없지만 그 바람을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한국 땅이 사무치게 그리웠던 것이지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갈 수 있다면 그때 그 달을 다시 한번 보고 싶습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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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같은이야기4439] 2012.8.22.  지난호신청1995.8.12 창간발행 최용우

 자작글입니다. 저는 저작권 안 따지니 맘대로 가져다가 활용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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